고양이에게서 배운 삶의 비밀,《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나는 지금까지 고양이를 분양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우리 집 마당은 고양이들의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성묘 두 마리가 오더니, 어느새 새끼들까지 태어나 모두 다섯 마리가 우리 집 마당을 자기 집처럼 드나들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마음을 주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너희는 집고양이가 아니야.'

괜히 정이 들면 안 된다는 생각에 밥도 가끔만 주었습니다. 스스로 살아가는 것이 고양이들에게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제 행동이 달라졌습니다. 인터넷으로 사료를 주문하고, 간식을 고르고, 비가 오는 날이면 마당을 한 번 더 내다보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언제부터였을까요?

-고양이에게서 배운 삶의 비밀- 이미지출처:chatGPT


아마 새끼 고양이들이 뛰어놀기 시작하면서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는 일이라고는 뛰어다니고, 서로 올라타고, 꼬리를 붙잡고 장난치고,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고….

녀석들은 하루 종일 노는 것밖에는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제 입가에는 어느새 웃음이 번집니다. 생각해 보면 그들은 제게 아무것도 해 준 것이 없습니다. 돈을 벌어다 주는 것도 아니고, 집안일을 도와주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저는 그 녀석들을 바라보는 시간이 참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재미를 준 값'이라 생각하며 제가 먼저 밥을 챙겨 줍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하나님께서 인간을 바라보시는 마음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우리는 무엇인가를 이루어야만 사랑받는 존재라고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성공해야 하고, 인정받아야 하고, 더 많은 것을 가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아이처럼 웃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며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보시며 미소 짓고 계시지는 않을까요? 그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서점에서 제 눈에 들어온 책 한 권이 있었습니다.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제목을 보는 순간 손이 먼저 움직였습니다. 

'그래.'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50년 넘게 정신과 의사로 살아온 이근후 교수는 이 책에서 특별한 성공 비법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는 나이가 들수록 잃어가는 것보다 새롭게 얻는 것들을 바라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노년을 이야기할 때 늘 잃어버리는 것들부터 떠올립니다. 젊음이 사라지고,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고, 몸이 아프고, 친구들이 하나둘 떠나가고, 외로움이 찾아오는 시간.

하지만 저자는 말합니다.

"그 모든 것이 인생의 실패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노화는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계절이며, 억울해하기보다 지금의 나이에서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발견하는 사람이 결국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입니다. 

그 문장을 읽으며 저는 우리 집 새끼 고양이들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그 아이들은 미래를 걱정하지 않습니다. 오늘 햇살이 좋으면 햇살 아래에서 놀고, 나뭇잎이 흔들리면 그것을 잡으려 뛰어다니고, 바람이 불면 바람을 쫓아갑니다.

재미는 특별한 일이 있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낼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선물이라는 사실을 그 아이들이 매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책에서 가장 마음에 남았던 부분은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저자는 노년의 가장 큰 적은 돈이 아니라 외로움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외로움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누군가가 나를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사람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말은 참 단순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왜 아무도 연락하지 않을까'를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질문을 바꿉니다.

'나는 오늘 누구에게 먼저 안부를 물었는가?'

그 질문 앞에서 잠시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관계도 정원과 같습니다. 가꾸지 않으면 잡초가 자라고, 물을 주지 않으면 꽃은 피지 않습니다. 먼저 다가가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새로운 인연이 생기고, 먼저 웃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따뜻한 세상이 열립니다.

 또 하나 깊이 공감했던 것은 질병에 대한 태도였습니다.

저자는 스스로를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라고 말할 만큼 여러 질환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런데도 병을 자신의 불행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열심히 살아온 흔적'이며 앞으로도 함께 살아가야 할 삶의 조건이라고 받아들입니다.

얼마나 담담하고도 깊은 태도인지 모릅니다. 우리도 어느 순간부터 건강을 잃기 시작합니다.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차고, 돋보기를 찾게 되고, 병원 예약 날짜가 일정표에 하나둘 늘어갑니다. 하지만 그것이 인생의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몸은 조금 느려질지 몰라도 마음까지 늙을 필요는 없습니다. 단풍이 꽃보다 아름다운 이유는 시간이 흘렀기 때문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낡아지는 것이 아니라 깊어지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책을 덮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재미'를 너무 거창한 곳에서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큰 여행, 큰 성공, 큰 행복만을 기다리다가 오늘의 작은 웃음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저에게는 요즘 마당에서 뛰노는 새끼 고양이들이 그 재미를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장난을 치고, 햇살 한 조각에도 행복해하고, 풀잎 하나에도 신기해하는 그 모습은 제게 삶이란 원래 그렇게 단순한 것이었다고 말해 주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재미있는 인생은 특별한 사람이 사는 삶이 아니라, 평범한 하루 속에서 웃을 이유를 발견하는 사람이 사는 삶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노년을 준비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오늘 하루를 조금 더 재미있게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었습니다. 죽는 날까지 젊게 사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죽는 날까지 재미있게 사는 사람은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 사람은 아마도 더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오늘 피어난 꽃 한 송이를 오래 바라볼 줄 알고, 먼저 누군가의 안부를 묻고, 몸의 불편함보다 마음의 따뜻함을 잃지 않으며, 새끼 고양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혼자 미소 지을 줄 아는 사람일 것입니다.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인생의 마지막 날이 찾아왔을 때, "참 오래 살았다."가 아니라 "참 재미있게 살았다."고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 … … … … …




📚 도서 정보
       제   목 :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지은이 : 이근후
       출판사 : 갤리온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