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손가락 하나만 움직이면 화려한 드라마와 끝없는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에, "왜 하필 케케묵은 고전을 읽어야 하는가?"라고 묻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세상이 화려해질수록 우리의 내면은 어쩐지 더 고독해지고, 타인의 시선이라는 감옥에 스스로를 가두곤 합니다. 돈에, 관계에, 타인의 평판에 이리저리 치이다 보면 문득 '진짜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서글픈 질문과 마주하게 되지요. 인생의 참된 지혜는 유행하는 드라마가 아니라, 수백 년의 세월을 견뎌온 고전 속에 보물처럼 숨겨져 있습니다.
오늘 '지혜의 서재'에서 소개해 드릴 책은 고전문학자 박수밀의 인문에세이, 『오우아(吾友我) - 나는 나를 벗 삼는다』입니다. 남은 생의 동반자로 삼기에 이보다 더 좋은 책이 있을까 싶을 만큼, 우리 중년의 삶에 깊은 통찰을 건네는 책입니다.
오우아(吾友我),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당당하게
'오우아(吾友我)'는 조선 후기의 위대한 학자 이덕무의 호(號)이기도 합니다. 뜻을 풀이하면 '나는 나를 벗 삼는다'라는 의미입니다. 조선 후기의 또 다른 문신 이언진은 *"나는 나를 벗하고 남을 벗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이 말 속에는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고 인정해 주지 않더라도, 타인의 시선이나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내면의 품위와 자존감을 지켜내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가짜 나'로 살아갑니까? 남에게 보이는 내 모습을 통해 행복을 찾으려 하고, 타인의 평가에 일희일비하며 소중한 에너지를 낭비하곤 합니다. 하지만 고전의 현인들은 말합니다. 외로움을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억지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오직 이 세상에 유일한 존재인 '자기 자신'을 가장 소중한 친구로 삼아 당당하게 걸어가라고 말이죠.
중년의 삶을 채우는 세 가지 지혜
이 책은 옛 지식인들이 끝까지 놓지 않았던 마음공부에 관한 50가지 명문을 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우리 중년의 가슴에 깊이 와닿는 세 가지 지혜를 나누고 싶습니다.
1. 소유를 넘어선 행복, 자적(自適)
시인 이엄 장원의 삶을 통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자적(自適)'입니다. 자적이란 소유에 집착하지 않고, 나에게 주어진 환경 속에서 스스로 만족을 느끼며 유유자적하는 태도입니다. 더 많이 가지려는 욕망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내 주변의 작은 풍경과 일상이 채워주는 진짜 행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2. 간절한 마음이 일으키는 기적
중년이 되면 "내가 이 나이에 무얼 새로 시작하겠어"라며 지레 포기하곤 합니다. 책 속에는 명장 이광의 일화가 등장합니다. 사냥을 나간 이광이 어둠 속에서 호랑이를 만나 필사적인 마음으로 화살을 쏘았는데, 날이 밝아 확인해 보니 호랑이가 아니라 거대한 바위였고 화살은 바위에 깊숙이 박혀 있었습니다. 호랑이인 줄 알았던 착각과 필사적인 간절함이 바위를 뚫은 것입니다. 기적을 일으키는 힘은 외부 환경이나 나이가 아니라, 내 안의 간절한 의지에 있습니다.
3. 나이 듦은 슬픔이 아닌 기쁨의 과정
문신 정원은 나이가 들어서 무언가를 배우고 깨닫는 것을 '밤에 촛불을 켜는 것'에 비유했습니다. 젊은 날의 해가 졌다고 해서 인생이 어두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밤이 되었기에 켤 수 있는 은은하고 따뜻한 촛불이 있습니다. 중년 이후의 나이 듦은 쇠퇴하는 슬픔이 아니라, 삶의 본질을 더 깊이 배우고 설렐 수 있는 기쁨의 과정입니다.
지식인의 위선을 벗고, 참된 나로 살아가는 길
참된 나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세상을 향해 썼던 위선의 가면을 과감히 벗어던져야 합니다. 내가 그동안 세상의 성공 기준을 좇느라 본래의 나를 잃어버렸음을 인정하는 '자기 성찰'이 그 시작입니다. 그리고 남들의 욕망을 내 것인 양 착각하며 살던 삶을 멈추고, 내면의 고요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물론 세속적인 욕망과 본래의 나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고 충돌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충돌 속에서 중심을 잡아가며 나만의 품격을 지켜내는 것, 그것이 바로 고전의 현인들이 온몸으로 증명해 낸 '마음을 지키며 살아가는 법'입니다.
내 손에 쥔 스마트폰의 화려한 영상들을 잠시 끄고, 내 영혼을 맑게 깨워줄 고전의 문장 앞에 앉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좋습니다. 오늘 밤에는 나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주며,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나의 벗이 되어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나는 나를 벗 삼아, 당당히 혼자서 이 길을 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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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정보
제 목 : 오우아: 나는 나를 벗 삼는다지은이 : 박수밀

